해군 보조정 항만예인정(YTL/YTB) 소개(제원, 임무, 특징, 경험)
해군에서 운용 중인 항만예인정(Yard Tug, 통칭 YTL/YTB)의 제원, 핵심 임무 및 운용상의 특성을 정리한 내용이며, 내가 해군장교로 근무시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해군 예인정의 개념과 체계적 제원 구분
해군의 항만예인정은 군항 내에서 대형 함정의 안전한 이동을 돕고 항만 기지를 지원하는 필수 보조 전력이다. 군 현장에서는 관습적으로 ‘YTL’이라는 명칭이 예인정 전체를 아우르는 통칭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식 군선 체계에서는 미 해군의 식별 부호를 따라 엔진 출력(마력)을 기준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기초 분류 기준을 보면, 엔진 출력이 400마력 미만인 소형 예인정은 YTL(Yard Tug, Little), 400마력 초과 800마력 미만은 중형 예인정인 YTM(Yard Tug, Medium), 그리고 800마력 이상의 고출력 대형 예인정은 YTB(Yard Tug, Big)로 지정된다. 현재 해군이 운용하는 예인정 집단은 과거 도입된 소형 구형 정부터 최근 배치된 고성능 대형 정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니다.
제원 측면에서 소형 예인정(YTL급)은 배수량 약 80~120톤, 전장 18~22m 내외의 아담한 규모를 가진다. 출력이 400마력 미만에 머물고 최고 속력 역시 8~10노트 수준이지만, 4~6명 내외의 소수 승조원으로도 기지 내 소형 부유물 이동이나 정밀 지원 작업을 민첩하게 해낼 수 있다.
반면 현대 해군의 주축인 대형 예인정(YTB급/신형)은 배수량이 200~400톤급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전장도 25~32m에 달한다. 특히 2,000~4,000마력 이상의 강력한 디젤 엔진을 탑재하여 수천 톤에서 수만 톤에 이르는 대형 함정을 넉넉히 제어할 수 있는 출력을 자랑한다. 속력은 12~14노트 수준이며, 자체 무장 없이 오직 예인 및 항만 지원 임무에 특화된 구조로 운용된다.
2. 입·출항 지원 및 항만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임무
예인정의 가장 독보적이고 핵심적인 임무는 대형 군함의 이·접안 지원(예인 및 압항)이다. 이지스 구축함(DDG), 대형수송함(LPH), 군수지원함(AOE), 그리고 정밀한 취급이 필요한 잠수함 등은 거대한 선체와 넓은 회전 반경 때문에 폭이 제한된 군항 내부에서 자력으로 세밀하게 회전하거나 부두에 밀착하기 어렵다.
이때 예인정이 함정과 튼튼한 연결선(Tug Line)을 맺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주거나(예인), 함체 측면에 직접 몸을 대고 부두 쪽으로 밀어 붙여(압항) 안전하게 계류시킨다. 군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대형 전투함이 충돌 없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예인정의 정밀한 조종 지원 덕분이다.
두 번째 임무는 해상 부유 시설 및 작업 바지선(Barge)의 이동 관리이다. 군항 내에는 해상 전진기지 바지(YPK), 수리 및 정비용 작업 바지, 해상 계류 부표(Buoy) 등 스스로 추진할 수 없는 구조물이 다수 존재한다. 예인정은 이들 부유 시설을 목적지까지 견인하여 재배치하거나 신규 설치 구역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전담한다.
세 번째 임무는 항만 내 응급 해상 소방 및 기지 작업 지원이다. 주요 예인정의 상부 갑판에는 고성능 고압 방수포(Fire Monitor)가 설치되어 있어, 정박 중인 함정이나 항만 시설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즉각 해상 소방정으로 전환되어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이 외에도 군항 구역 간 중량물 수송과 부유 장애물 제거 등 기지 유지 관리를 위한 다목적 작업을 수행한다.
3. 기동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한 구조적·운용적 특징
해군 예인정의 외형과 내부 메커니즘은 일반적인 함정과 현저히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외형적 특징은 선체 전체를 둘러싼 두터운 방충재(Fender)이다. 거대한 함정에 직접 몸을 부딪치며 밀어 붙이는 밀착 작업을 지속해야 하므로, 선수(함호)와 측면에 고무 타이어, 특수 고무 펜더, 밧줄 방충재를 빽빽하게 장착하여 선체 간 충격과 손상을 완화한다.
구조적 특징으로는 속도보다 견인력(Bollard Pull)에 올인한 하드웨어 설계를 들 수 있다. 빠른 항해 속도를 내기보다는 수만 톤급 구조물을 당기고 밀어낼 수 있도록 기어비와 프로펠러를 대형화·고출력화하여 강한 추진력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도록 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최신 대형 예인정(YTB급)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전방향 추진기(Azimuth Thruster / Z-Peller)이다. 기존의 고정식 프로펠러와 키(Rudder) 조합 대신, 추진기 자체가 360도 자유롭게 회전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제자리 360도 회전은 물론 전·후·좌·우 측면으로의 즉각적인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이 탁월한 기동성은 좁은 항만 내에서 예인정 자체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대형 함정을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적 기반이 된다.
4. 진해 항만지원대장 시절, 예인정과 함께한 치열했던 날들
20여 년 전, 해군의 모항(母港)이자 요람인 진해에서 항만지원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항만지원대에는 약 6척의 예인정(Yard Tug)이 부두를 지키고 있었다. 예인정은 수천, 수만 톤에 달하는 대형 수상함들이 안전하게 바다로 나아가고 다시 항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출입항을 돕는 '항만의 든든한 일꾼'이자 해군 기지의 숨은 주역들이었다.
예인정의 정장은 베테랑 부사관인 상사가 맡았고, 정장을 포함해 4~5명의 정예 대원들이 한 배를 타고 호흡을 맞췄다. 거대한 전투함과 직접 몸을 대고 밀고 당기며 정밀하게 조종해야 하는 임무의 특성상, 순간의 조함 실수나 방심은 자칫 수백 억 가치의 군함 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었다. 결코 작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배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나는 새로 부임한 정장들에게 조함 및 예인 훈련을 매우 엄격하고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내가 직접 까다로운 평가관이 되어, 예인정의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함이 숙달될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여 훈련을 시켰다. 내 평가 기준을 완벽히 통과한 정장에 한해서만 비로소 실제 대형 함정 지원 임무의 키(Rudder)를 잡게 했다.
또한 정장 교대 시기가 오면 항만지원대장으로서 최적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많은 인사 기록과 실무 능력을 정밀하게 비교하며 가장 우수하고 책임감이 뛰어난 부사관을 정장으로 선발하고자 애썼다. 아울러 정장의 조함 숙달도와 항만 지형에 대한 지식이 예인 작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해, 부사관 보직 체계의 특성을 활용하여 한 번 선발된 정장은 몇 년 동안 장기 보직할 수 있도록 상급 부대에 적극적으로 인사 건의를 하고 반영시키기도 했다.
항만지원대장 재임 기간 중 무려 네 차례나 거센 태풍을 맞닥뜨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태풍 경보가 발령되면 예인정들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기지 외곽과 진해항 외부 해상에 계류되어 있던 검문소 바지(Barge)들을 안전한 항 내로 피항시키는 작전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예인정 전력의 절반 이상이 출항했다.
가까운 해역은 왕복 한 시간이면 족했지만, 멀리 떨어진 외곽 해역까지 다녀오려면 반나절 이상 소요 되는 곳도 있었다. 출항한 예인정들의 위치와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정장들에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라며 항해 안전을 거듭 당부하던 그 순간의 긴장감은 지금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장시간 항해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검문소 바지를 무사히 항 내로 끌고 들어와 준 예인정 정장들과 대원들.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헌신하며 임무를 완수해 준 그들이 있었기에 진해항의 안전이 유지될 수 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해군의 모항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정장들과 대원들의 얼굴이 고맙고 그리운 기억으로 가슴 깊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