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을 넘어 선택한 길, 해군사관학교
1. 가정 형편 속에서 선택한 고등학교 진학
나는 농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때는 집에서 학교까지 약 3km를 걸어서 다녔고, 중학교 때는 10km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는 공립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형의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녔고, 주말이면 시골집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평준화 지역이 아니어서 원하는 고등학교에 직접 지원하고 진학시험을 치러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집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이 어려워진 데에는 어머니의 병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병을 앓으시면서 치료비와 입원비로 많은 돈이 들었고, 중학교 1학년 무렵에는 결국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후 아버지도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어떻게든 집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학교의 설명을 믿고 한 단계 낮은 공립고등학교에 진학했다.
2. 힘들었던 고등학교 생활과 학업에 대한 의지
고등학교 시절은 지금도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기간이었다. 평일에는 형과 형수님 댁에서 생활하며 늘 눈치를 보았고, 토요일만 되면 곧바로 시골집으로 돌아갔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준비해 학교에 다녔는데, 형수님께서 가끔 도시락을 챙겨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이 자신의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고, 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장학금을 받았지만, 2학년부터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전교 3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야 했는데, 나는 대체로 전교 10등 안팎의 성적을 기록했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우리 학교를 홍보하러 온 선생님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면 3년 동안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학교를 선택했지만, 이후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어린 마음에 학교에 대한 실망이 컸고, 그 일로 고등학교에 대한 애착도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학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교생 약 600명 가운데 2% 이내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대학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지만, 우리 집의 경제적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반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을 마련해 줄 사람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대학과 진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3. 해군사관학교를 선택한 이유와 그 의미
처음에는 경찰대학과 육군사관학교를 고려했다. 그러나 당시 내 성적으로는 합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이후 고등학교 선배들이 많이 진학했던 공군사관학교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지원에 필요한 시력이 1.0 이상이어야 했고 내 시력은 0.8 정도였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었다.
여러 진로를 고민한 끝에 나는 최종적으로 해군사관학교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해군사관학교 입학시험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험은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치러졌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특히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결과, 마침내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해군사관학교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등록금이 들지 않는 대학을 찾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싶었던 의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풍요롭지 못했던 시기였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동기들과 서로의 성장 배경과 가정 형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사관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위로와 공감대를 형성했고, 함께 생활하며 어려움을 이겨 나갔다.
결국 해군사관학교 진학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경제적 현실에서 출발한 선택이었지만, 그 길은 나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었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